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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지

육아일지 2024-5-2

by 견지맘 2024. 5. 4.

아이가 운동대회를 하던날 오후에 아이가 하교를 하고나서 학교근처 모래장에 나갔다.

그날따라 갑자기 드라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도 그럴것이 결혼해서부터 이제 아이가 열살, 10년넘게 휴대폰의 작용은 거의 알람과 기도바치기뿐이였으니 말이다. 너무 힘겹고 바쁘고 지친 일상속에서는 휴대폰 하고싶은 생각도 나지않는다.

아이가 모래장에 있을때는 기본적으로 안전한 환경이고 근처에 방범카메라가 있어서 불안을 잠깐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깐 휴대폰을 꺼내서 드라마 검색해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이사이 아이는 주목했다.

드라마중에 눈물나게 만드는 대목이 되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너무 많이 났다. 정도이상으로. 드라마가 계기이지만 여직껏 쌓였던 슬픔이 같이 묻어나오는것 같았다. 한참을 울다보니 드라마는 어떻든지 관계없이 눈물만 흐르고 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울다가 갑자기 머리를 들어 아이를 보니까 저만치 아이랑 좀 떨어진 거리에서 개를 데리고 걸어가는 견주의 뒷모습이 보였다. 목줄은 착용했지만 나로서는 불안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이가 예전에 목줄 안한 개때문에 놀라서 오래동안 잠도 못자고 했던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히 아이곁으로 가서 새로운 상처가 있지 않나 여겨보았다. 선명한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일단 불안함이 좀 내려갔다.

그날 저녁에 아이를 샤워시키면서 또 새로운 상처를 발견하였다. 그러자 내려갔던 불안함이 또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혹시 개에게 물린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점점 더 깊게 들었다. 인터넷으로 광견병관련으로 정보를 검색해보니까 불안은 더 심해져갔다.

불안감을 해소해보려고 아이의 옷가지들도 검사해보았다. 옷에도 개에게 물렸던 자국처럼 보이는 곳은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의 상처도 지극히 옅은 상처였다. 개가 바지를 물고 다리에까지 상처가 나려면 바지에 흔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것을 알지만 여전히 불안은 심해지기만 했다.

불안이 점점 더 심해지자 죄책감이 생겼다. 왜 그 순간에 드라마보는걸 참지 못하고 아이를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했냐고, 휴대폰 안했으면 그런 일이 없었겠는데…

아이얼굴을 보면 죄책감이 점점 심해지고 죄책감이 심해질수록 불안감이 점점 더 심해지고 그럴수록 죄책감이 더 들고…

나락으로 빠져든 느낌이 들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그 현장에서 그 순간에 도대체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좀 우여곡절을 거쳐서 끝내 아무일도 없었음을 확인했다.

확인을 위해 움직이는 동안 머릿속이 오만가지 생각으로 꽉 차있었다. 개에게 물린것이 확인되면 아이가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아이가 주사맞으면서 우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기도 하고 예전에 엄마가 나에게 설명해주었던 광견병 현장도 머리에 떠올랐다. 아들애 얼굴을 바라보면 자꾸 눈물만 나고 어느 순간에 아이를 잃어버릴것 같은 불안이 머리와 마음속을 꽉 채웠다.

아무일도 없었음이 확인되는 순간에 눈물이 마치 방파제를 밀어뜨리고 나온 홍수처럼 쏟아져내렸다. 자신이 와그르르 무너져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무너져버리는듯한 정서파동을 겪고 또다시 안정을 찾았다.

불안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것에 대해서 조절을 해야 할듯.

하… 힘든 하루였다.

나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너무 고맙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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