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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편

1 출산

by 견지맘 2023. 8. 12.

그날 침대에 누워서 한껏 업되어 있는 마음을 가라앉힐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날이 바로 출산예정일이라 금방이면 배속에 있는 아이와 만날수 있다는것때문에 많이 들떴다. 
 
임신 5개월일 때 부터 인터넷 돌아보고 대형마트 돌아보고 하면서 아이가 입을 옷, 기저귀, 기저귀커버, 젖병, 양말, 배냇저고리, 이불 등등을 살때도 충분히 많이 들떠 있었는데 지금 카운트다운을하고 있는 순간만큼은 그 어느 순간보다도 엄청 더 많이 들떠 있었다. 
 
아이는 어떤 모습일가 ? 
비록 초음파사진을 보긴 했지만 그냥 저도 모르게 아이 모습이 너무 궁금하졌다. 아이가 임신10개월일 때 쏘니 사진기를 산 이유가 바로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너무많은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또 아이와 함께 하는 많은 순간들도 상상해보았다. 너무 행복하고 따뜻했다. 
 
저녁이 되었지만 들뜬탓인지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이리뒤척 저리뒤척 몸을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에 갑작기 옆구리 부근이 삐끗 땡기듯이 아픔이 느껴졌다. 1분 안돼서 아픔이 사라졌다. 별다른생각을 안했다. 임신이 달수가 커짐에 따라 행동이 불편해지면서 이런일이 가끔은 있었으니까. 근데 대략 30분 지나서 또 그런 아픔이 느껴졌다. 게다가 아픈 정도가 좀더 심해진거 같았다. 혹시 진통이 온거 아닐가 ? 급히 예비맘 단톡방에 문의를 드려보았다. 계속 일정한 시간간격을 두고 아픔이 느껴진다면 진통이 맞단다. 톡방에 계시는 엄마들은 이제 금방이면 아이를 만날수 있으니까 견지하라고 힘을 북돋아준다. 고맙고 따뜻했다. 하지만 고마운건 고마운거고 진통의 아픔은 진짜 너무 힘들었다. 진통이 매 한번 찾아올적마다 온몸이 오그라들고 손에 들고 있는 수건을 꼭 깨물었다. 눈물이 나도록 아팠다. 돌이켜보면 성인이 돼서부터는 육체적으로 아파서 울어보긴 그게 처음인거같았다. 처음엔 그나마 참고 견디고 목소리도 낮게 조절할수 있었다. 하지만 뒤에 가면 갈수록 점점심해지는 아픔때문에 아예 목놓아 울어버렸다. 내 울음소리에 남편이 깨어났다. 
 
“여보, 왜그래 ?”
“아파…”
 
다른 얘기가 아예 생각나지 않았다. 
남편은 나를 복도로 데리고 나가서 간단한 산책을 했다. 이런저런 가벼운 얘기도 하고. 그러다가 진통이 심하면 숫자 세면서 주의력 돌려보기도 하고. 진통때문에 힘들때마다 남편은 내손을 꼭 잡고말했다. 
 
“남편이 곁에 있어. 걱정마. “
 
그런 남편을 바라보면서 진통이 오면 엉엉 애처럼 울어버렸다. 
 
이렇게 장장 20시간동안 진통을 견뎠다. 오로지 진통 잘 견뎌내고 자연분만하면 아이 건강에도 좋고 산후에 모유도 잘 돌아서 아이한테 생에 가장 중요하고 값진 첫선물을 주고 싶다는 신념때문이였다. 
 
시간을 보니까 이제는 5분좌우간격으로 진통을 느꼈다. 의사선생님힌테 검사의뢰를 했다.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아직 자궁이 층분히 열리지 않아서 자연분만은 힘들거 같아요. 게다가 이미 진통한지 20시간도넘고 해서 지금은 절개로 가는게 산모에게도 아이에게도 다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아이한테 주고싶었던 첫 선물이 이렇게 망가지는거냐 ?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 조금만 더 지켜보면 안될가요 ? 어떤분들은 한순간에 확 열리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내가 하도 견지하자 의사선생님은 좀더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또 한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자궁은 여전히 안열렸다. 
 
또 한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안열린다…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제 더이상 시간끌면 산모아이 둘다 위험해질수도 있어요. “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자연분만 너무나 히고싶은데…
 
결국 수술동의서에 싸인하고 절개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술대에 올랐지만 머릿속은 너무 복잡했다. 아쉬움이 가득찼다. 절개로 간다는것은 아이가 태여나서 첫 울음소리도 못듣는다는 의미인데. 그걸 생각하니까 너무 아쉬웠다. 
 
마취의사선생님이 나에게 자세를 지도하고 나서 마취 들어갔다. 
 
“발이 좀 따뜻한 느낌 드나요 ?”
“네.”
 
“다리가 좀 저린 느낌 나세요? “
“네.”
 
그러자 의사선생님 몇명이서 나의 몸을 바로누운 자세로 조절해서 눕혀놓고 내손을 배위에 올려놓았다. 깜짝 놀랐다. 손에는 배가 만져지는 느낌이 나는데 배에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더욱 놀라운것은 마취때문에 잠들줄 알았는데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된다는거였다. 
 
속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자연분만을 선물로 주지 못해서 아쉽지만 아이 첫 울음소리는 둘을수 있어서 하느님께 감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아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생각같았으면 지금 당장 아이를 옆에 안아다 놓고 품에 꼭 안고 싶었지만 지금 마취가 안풀린 상태에서 그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아이가 무사하게 태여나서 아이한테 너무 고마웠다. 
 
아가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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