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지맘
@Sarah_Kim73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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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견지맘입니다.
약속드렸던 제가 사고후에 겪었던 일을 공유드리는 시간입니다. 오늘 그 첫번째 문장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사고당일에 아이를 데리고 산책도 하고 매미도 잡고 낮동안 아주 즐겁게 보냈습니다. 저녁에 마트에 가서 저녁찬거리를 좀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트앞에서, 바로 제가 보는 눈앞에서 전동휠체어가 아이의 얼굴을 밟고 몸을 밟고 지나가는것을 저의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아이아빠가 아이를 구출하고 정신없이 병원에 가서 6시간동안 응급실에서 아이를 지켰습니다. 응급실에서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장기파열이 없고 골절이 없다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진통제주사가 투여되면서 아이도 얼굴에 웃음을 좀 보이기 시작하니까 어느정도 좀 안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문제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것 같았습니다.
아이의 얼굴에 떠오른 웃음을 보면서 저도 안도의 숨을 내쉬고 같이 웃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웃는 표정만 만들어졌을뿐 마음이 기쁨을 한치도 못느끼는것이었습니다. 당일저녁에 가해자의 아들과 통화를 하는데 분명히 저의 의식은 화가 엄청나게 나 있는데 마음은 그런 감정이 아직 세팅이 되지 않은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너무 경악스러운 상황에 노출되어서 긴장하고 놀라고 식은땀이 나고 심박이 빨라지고 뭐 이런 증상이 하나도 저의 몸에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마치 자신이 길옆의 돌덩이거나 목석처럼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저자신에게 의식의 감정이랑 몸의 감정이 일치하지 않은것은 분명히 어딘가는 문제가 있는것이라고 알려주엇습니다.
예전에 제가 심리상담을 다니던 시절에 상담사선생님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은 사람의 의식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가운데 하나라고요. 너무 힘든 상황에서 고통이 사람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위까지 올라오면 의식에서 일시적으로 감정을 느끼는것을 멈춘다고요.
즉 다시 말하면 사고 바로 직후에 저에게 나타났던 그런 무감각인듯한 현상은 제가 뭐 감정이 둔화되었거나 아니면 마음이 차갑거나 뭐 이런 설정이 아니라 극도로 힘들었다는 얘기입니다. 극도로 힘들었다는것은 마치 선박에 재화중량이상으로 짐을 실은듯한 상태와 비슷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음속에 담을수 있는 고통의 재화중량이상으로 고통이 담겨져 있다는 얘기인것입니다. 선박이 재화중량이상으로 짐을 실으면 가라앉게 됩니다. 저는 이와 비슷한 도리로 마음이 담은 고통의 양이 재화중량을 넘어서면 마음이 망가질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윈인을 알면 답이 바로 나옵니다. 선박에 재화중량 이상으로 짐을 실으면 일부 짐을 버려야 선박이 안전합니다. 같은 도리로 마음이 담은 고통의 양이 극한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나타났으면 일부분 고통을 일정한 방법으로 마음에서 내려놓고 감정을 분출해야 합니다.
제가 선택했던 방법은 아이가 잠든 뒤에 의도적으로 눈물을 유도했습니다. 처음 순간에는 약간 좀 억지다짐의 느낌이 들었는데 눈물이 차차 많아지기 시작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 못느꼈던 분노, 슬픔, 놀람 등 이런 감정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당일에 저는 온 밤동안에 눈 한순간도 못붙이고 눈몰로 지새웠습니다.
이렇게 감정이 조금씩 돌아오기는 하는데 그것이 하루에 바로 다 돌아오는것이 아닙니다. 제가 느낀바로는 분출하는 양이 많아짐에 따라서 감정이 느껴지는 정도가 점점 달라집니다.
감정을 다시 느끼자 저는 제가 다시 사람으로 된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길옆의 목석이나 돌덩이같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신기한것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니까 눈앞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차차 냉정한 사고를 할수 있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수 있었습니다.
사실 사람은 많은 때에 감정에 휘말릴수 있습니다. 이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과도하게 감정에 휘말리다 보면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능력을 일부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는 사고가 생기고 나서 눈앞의 열악한 상황을 헤쳐나가는데 너무 마이너스로 작용합니다.
그 사례를 다음 문장 <사고후 증상 및 대응 2편 : 분노의 분출>에서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무안공항 사고의 생존자 및 피해자가족분들께 한마디 드리고 싶습니다.
힘내세요.
이상 <사고후 증상 및 대응 1편 : 무감각>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혹시 다른 내용이 필요하신 부분이 있으시면 제가 문장시작에 남겨놓은 저의 트위터에 메세지를 남기거나 티스토리블로그에 댓글을 남겨주시면 저의 능력이 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문장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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