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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정서1편: 아이는 느끼고 기억한다

by 견지맘 2023. 9. 14.

견지맘
@Sarah_Kim73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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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견지맘입니다. 앞에 올린 문장 <문제행동은 정서표달이다>에서 약속드렸던 부분인 정서에 관련해서 저의 어린시절부터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경력을 바탕으로 다섯문장에 나누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서는 많은분들이 그냥 기쁘거나 슬프거나 하는 일시적인 기분으로만 이해합니다. 하지만 사실 기분은 단지 정서의 일부분입니다. 그 뒤에 따르는 생리적반응, 정신적반응 및 이런 생리적, 정신적반응이 장시간동안 누적이 될 경우에 일어나는 정신적 및 생리적반응도 포함합니다.

저는 어릴적에 젖떼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댁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댁에서 다섯살까지 살다가 저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댁에서 살때는 할머니, 큰아버지, 큰어머니, 사촌오빠, 사촌언니, 그리고 저까지 이렇게 여섯식구가 같이 살았습니다. 비좁은 집에서 여섯식구가 모여살았지만 저는 그 시절 사랑을 듬뿍 받고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집에 돌아오니까 모든게 낯설기만 하고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어쩔수없이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갈데가 없으니까요. 할머니댁이랑 저의 집이 두 도시에 있어서 다섯살인 저한테는 이동이 무리였습니다.

어느날 저녁에 아빠는 돌아오지 않고 엄마가 혼자서 저를 데리고 집에 있었습니다. 엄마얼굴은 아주 어두웠습니다. 잔뜩 화난게 느껴졌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돌아오지 않은것때문에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튿날아침에 밥상에서 제가 아빠한테 어제 왜 그렇게 늦었냐구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빠가 저를 쏘아보았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저는 입을 열어 아빠나 엄마한테 무엇을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 무서운 느낌이 계속 떠올라서요.

그 무서운 느낌이 떠오를때면 가슴이 후둑후둑 뛰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가끔은 식은땀도 납니다. 머리는 저도 모르게 숙여지고요.

이렇게 저는 주동적으로 물어볼 권리를 가정에서 박탈당했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한참 흘러서 어느하루 아침에 학교가면서 용돈을 가지고 갔는데 다른 아이들이 간식 사먹는게 너무 부러워서 가지고 갔던 용돈으로 전부 간식을 사먹었습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자 아빠가 낮에 가져간 용돈으로 가서 다른 물건을 사오라고 하는것입니다. 마침 아침에 가져간 용돈이랑 맞먹는 가격이였습니다. 저는 또 그런 무서운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다 썻다고 말할 용기가 안났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돈이 절반밖에 안남았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저를 또 쏘아보았습니다. 그러고는 용돈을 너무 많이쓴다고 저를 욕했습니다. 사실 제가 용돈을 가질때가 많지 않고 가져도 아주 조금밖에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사탕 열개를 살수 있으면 전 절반을 살수 있는 용돈조차도 없었습니다. 저를 욕하고나서 아빠는 물건값의 절반만 저에게 던져주고 가서 물건 사오라고 소리질렀습니다. 이때 저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 무섭고 떨렸습니다. 어쩔수없이 돈을 가지고 나와서 동네친구한테 도움받아서 모자라는 부분 돈을 빌려서 물건을 사서 아빠한테 갖다주었습니다. 그날밤, 저는 아무도 모르게 가만히 조용히, 누가 들으면 또 욕먹을가봐 무서워서 숨죽여가며 울었습니다.

그 뒤로부터 저는 감히 용돈을 쓰지 못했습니다. 무서워서요.

이런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뒤로 지금까지 저의 아빠, 엄마, 언니는 저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주 긴 시간동안 늘쌍 그런 무서운 느낌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수 있을지 그때에는 고민을 엄청 많이 했었습니다. 끝내 답안을 얻었습니다. 그건 바로 대학입시였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입시 성공하면 이 집에서 나가서 살수 있기때문입니다. 갑자기 희망이 생겨서 너무 좋았습니다.

드디어 고3이 되었습니다. 1차2차 모의고사는 모두 괜찮게 나왔습니다. 3차모의고사 수학시험현장에서 갑자기 머리속이 하얗게 되고 사고를 할수가 없고 손이 와들와들 떨리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수학시험은 보다가 그만둘수밖에 없었습니다. 시험장에서 나와서도 떨리고 머리가 안돌아가고 식은땀이 나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마 여기까지 보시면 어떤분들은 이렇게 얘기하실수 있습니다.

“니가 심리소질이 안좋아서 시험을 망친거 가지고 누구탓이라 그러지마라. “

그때당시 저도 저의 문제라고 생각되어 자책이 아주 심했습니다. 머리속에 항상 저를 쏘아보던 아빠모습이 떠올랐고요.

그뒤에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급기야 아빠엄마의 이런 안좋은 움직임이 쌓이고 쌓여서 제가 우울증에 걸리기까지 했습니다.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책을 여러가지로 찾아보다가 어느 책에서 정서가 이루어지는 생리학적과정에 대해서 한 설명을 보았습니다. 보고나니까 순간에 저의 과거가 왜 그런 모양이었는지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그 대략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인류는 야생생활을 하다가 문명사회로 발전하면서 이제 비록 야생생활은 안하지만 신체의 호르몬으로 위기에 대응하도록 조절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느끼면 스트레스호르몬을 분비하게 됩니다. 스트레스호르몬지수가 어느정도 수위에 도달하면 신체내부에는 위기경보가 울립니다. 이 위기경보에 대처하려고 인체내부에서는 혈액순환을 조절합니다. 우선적으로 사지의 근육에 혈액을 전달합니다. 야생생활시절에는 적을 만나면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맞서서 싸우거나 아니면 바로 도망을 가야 하는 필요가 있었기때문이죠.

제가 그때당시 온통 머리속에 떠오른 생각이라고는 여기를 떠나고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떠나면 이 곳은 죽는 그날까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항상 다짐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스트레스호르몬이 높은 수위에 있다보면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가 너무 힘들고 대뇌도 알아서 일부 기억을 봉인하더라고요. 아마 대뇌가 혈액의 우선공급대상이 아니라서 부족한 혈액으로 대뇌의 운행을 조절하려다보니까 그렇게 되지 않았을가 추측해봅니다.

저는 다섯살에 저의 집에 돌아와서부터 3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할머니댁에서 살때의 행복한 기억을 전부 잃었습니다. 4년전에야 비로소 명상을 통해서 기억을 되찾았어요. 하지만 기억을 되찾았을 때 저의 할머니랑 큰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뜨셨어요. 이제 저는 두분을 오직 명상이나 꿈속에서밖에 뵐수가 없습니다. 기억을 찾은 당일밤 밤새 울었습니다. 나를 키워준 할머니와 큰어머니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요. 잡고싶지만 잡을수없는 두분…

이렇게 아이들은 모둔 순간순간의 정서를 모두 느끼고 기억하면서 자랍니다. 저의 아이처럼 언어발달지연이거나 또는 ADHD, 자폐 등 판정을 받은 아이들이라 해도 정서는 똑같이 느끼고 기억합니다.

“애가 뭘 알아서. 한잠자고 내일되면 깨끗이 잊겠지.”

이런 말씀 하지마세요. 이런 생각이 계속되시면 저의 케이스에서 보시다싶이 아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수도 있습니다.

기억상실증이란것은 예전에 드라마에서나 보았지 누가 자신의 생활에 나타날거라고 생각할가요 ? 학부모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싶습니다. 아이의 느낌을 무시하고 막하시는 순간 저희 아이들이 드라마속 비참한 운명의 주인공이 될수도 있습니다.

꼭! 꼭! 꼭! 아이들의 느낌을 중시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이상 <정서1편: 아이는 느끼고 기억한다>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문장으로 <정서2편: 아이는 관찰한다> 올릴 예정입니다.

여러분께서 열심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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